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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연말 모임을 위한 대화법

입력 2023-12-14 14:26 | 신문게재 2023-12-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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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동서대학교 객원교수, 부시기획 부사장

한 선배가 ‘선공후사’라며 잔을 들어올렸다. 선배를 공경하고 후배를 사랑하자라는 뜻이었다. 모임의 격에 맞고 격조있는 건배사였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자리가 빈번하다. 모든 것에 달통한 ‘육각형인간’을 꿈꾸는 이들에게 대화법 여섯 가지를 전한다.


첫째는 예열 단계다. 입꼬리를 올려 환한 미소부터 장착해라. 시니컬한 파트너와 일하려는 사람은 없다. 헛똑똑이가 비평가 행세를 하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다. 유쾌한 미소와 웃음으로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라.

두번째 단계는 상대방이 좋아하는 화제로 대화의 불꽃을 점화시키는 단계다. 후배 하나는 만나기만 하면 자신이 읽은 책의 리스트를 줄줄이 소개했다. 한 친구는 먹고 마시는 미식 문화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했다. 좋은 취향들이다. 하지만 독서는 깨달음의 한 경로일 뿐이고 미식 예찬이 과해지면 인간의 말초적 관심사를 부각시킨다는 내 견해로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대화로 들어가기전 상대의 성향과 취향, 모임의 성격을 살펴라.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위스키에 대한 이야기는 득이 되기 어렵다. 한술 더 떠 술의 유해성을 전했다면 풍류를 모르는 사람으로 낙인 찍힐수 있다. 해창 막걸리의 태생과 종류를 꺼내들며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고 외치면 다음 자리의 약속 자리까지 마련된다. 상대방이나 모임의 이름을 딴 삼행시를 준비해서 선창해도 좋다.

세번째 단계는 리액션이다. 상대방의 감정과 기분에 동조한다는 마음을 온 몸으로 돌려줘야 한다. 눈을 응시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기본이다. 몸짓과 발짓을 동원해서 물개박수로 장단을 맞춰라. 사이 사이 질문을 던져 관심을 표명하는 것을 놓치지말라. ‘유퀴즈’에서 유재석MC가 상대의 긴장을 풀어주고 진솔한 마음을 끌어내는 노하우, 이를테면 어투나 표정, 동작의 리드미컬한 변화를 보면 공부가 된다. 유머와 리액션은 감정적 유대감의 접착제요 기폭제다.

네번째 단계는 몸으로 접촉하는 단계다. 엄마의 품속에서 태어나고 엄마의 손길로 자라난 아이가 엄마에게 전폭적인 믿음을 보인다. 세련된 동작으로 가벼운 접촉을 시도한 웨이터가 팁을 많이 받는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손,등,어깨의 가벼운 접촉은 매력이나 신뢰를 높여준다. 헤어지며 악수를 할때나 포옹이 당신의 전체적 인상을 결정할 수도 있다. 과음의 흩어진 말투와 몸짓으로 처음의 좋은 인상을 지키지 못해 쩔쩔매는 동료들을 여러번 보았다. 향수를 뿌리고 옷매무새를 다듬어라. 마지막까지 깔끔해야 한다.

다섯번째는 기억에 남는 선물이다. 상대의 옷장이 아니라 가슴에 남겨야 한다. 미국 여행을 가서 돌고래 쇼를 볼 때 였다. 공중으로 솟구친 고래가 물속에 빠졌다 솟구치기를 반복하자 물이 튀며 옷이 흠뻑 젖었다. 코로 농구공을 몰고 와서 던져주었을 때 깨달았다. 젖은 것은 옷이 아니라 감동의 여운이었다는 것을. 상황이 허락한다면 당신의 지고지순이 담긴 어떤 것을 들려서 보내라.

여섯번째는 대화후의 대화, 대화의 애프터 서비스다. 관에 들어가기전까지 알수 없다는 비지니스계의 불문율이다. 사실 제대로 된 비지니스일수록 한번에 결정되는 일은 드물다. 헤어진 뒤 간단한 인사나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위트있고 간결하게 보내라. 반가운 벨소리는 우연이 아니라 준비된 자에게 날라든다.

 

김시래 동서대학교 객원교수, 부시기획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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