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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성병이 진화하고 있다

입력 2017-06-1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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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본 -김석진소장님사진1
김석진좋은균연구소 김석진 소장

지난해 세계보건기구 (WHO)가 오랫동안 임질 치료에 사용하던 퀴놀린 계통의 항생제를 더는 사용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가장 흔한 성병 중의 하나인 임질의 치료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세계건강기구의 가이드라인 조정은 2003년 이후 10여 년 만으로, 항생제에 대한 내성균 문제가 세계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임질은 매독, 클라미디아와 더불어 가장 흔한 성병 중의 하나로 성관계가 활발한 젊은 연령층에서 잘 발생한다. 매년 7800만 명이 감염되는 임질은 배뇨 시 통증을 느끼거나 빈뇨 증상을 보이고 심한 경우 요로를 통해 농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관계를 통해 상대방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 치료 없이 방치되면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임질이 있으면 HIV에 감염될 확률이 일반인보다 2~3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인류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해온 임질과 같은 성병은 20세기에 들어 페니실린이 발견되면서 드디어 정복되는 듯 보였다. 성병이 대부분 박테리아성 질환이라서 페니실린, 테트라싸이클린 등 일반 항생제로 쉽게 치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생제가 사용되기 시작한 지 몇 십 년이 지나지 않아 세균들이 항생제에 살아남는 방법, 즉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기르면서 치료에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임질을 발생시키는 균은 신속한 유전자 변이를 통해 항생제로부터 생존하는 방법을 습득하고 있으며, 2011년에는 여러 가지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슈퍼임질균이 일본에서 발견되기도 하였다.

내성을 가진 성병 균에 대한 문제는 항생제 오용과 남용이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항생제가 요로감염을 비롯한 다양한 감염증에 지나치게 자주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복약지도를 정확히 따르지 않는 환자 또한 항생제 내성균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의사가 처방한 항생제를 끝까지 먹지 않고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항생제를 중단하면 몸에 살아남은 세균들이 내성균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새로운 항생제 개발은 수년이 걸리는 반면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배우는 속도는 더욱 진화하고 빨라지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인류가 가진 그 어떠한 항생제에도 말을 듣지 않는 임질균이 나타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또한 새로운 항생제가 만들어진다 해도 그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이 나타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결국 건전한 성생활, 항생제의 오남용의 방지 등을 통해 유해균을 죽이는 것보다 유해균이 살 수 없는 건강한 신체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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