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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칼럼] 미·북정상회담, 미국의 국익, 그리고 한국의 안보

입력 2018-06-1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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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한림대 교수(정치행정학)

 

 

미·북 정상회담, 북한에 대한 양보였나?

지난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있은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보수우파 언론과 방송 매체들은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지나치게 양보했고 주한미군 철수라는 배신을 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진짜 그런가? 몇 가지 다른 견해를 제시할 수 있다.

우선 정상회담 합의문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비판한다. 동의한다. 이번 미·북 정상회담의 합의문은 2005년의 9·19합의보다도 ‘비핵화’의 관점에서 못하다. 9·19공동성명에는 북한 비핵화에 대하여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북(北)은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조치에 복귀한다”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와 ‘NPT 복귀’, ‘IAEA 안전조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비교적 명확하게 비핵화 과정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 - 합의문 조항의 순서

그러나 9·19합의는 1년 만에 깨졌다.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고 또 풍계리에서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합의 이행에 실패했다. 우선적으로 북한에 책임이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미국은 국제사회의 어떠한 강제도 북한에는 통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에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초점을 맞추었다. 이번 미·북 정상회담이 과거와 다른 점이다.

그래서 이번 미·북 정상회담 합의문은 조항의 순서가 다르다. 관계개선과 평화체제 구축을 비핵화 조항보다 앞에 두었다. 즉 합의문의 1항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두 나라 국민들의 평화와 번영에 부합되게 새로운 관계를 설립하는 데 노력한다.”와 2항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지속적이며 안정적 평화체제 구축에 노력한다.”가 3항 “2018년 4월27일 판문점선언을 재차 확인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rarization)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라는 조항보다 앞에 배치되어 있다. 다시 말해 트럼프 행정부는 미·북 관계개선과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북한 비핵화’의 전제 조건으로 수용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과거의 국제사회 압박을 통한 비핵화 조치에 따른 관계개선이라는 실패한 방식을 되풀이 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미국의 국익’ 관점에서 보면 ‘CVID 관철’보다 ‘ICBM의 제거’가 우선

미·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한국에 온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CVID 관련 질문에 “‘완전한 비핵화’는 ‘검증 가능한’과 ‘불가역적’을 아우르는 내용”이라며 의미론적 논쟁을 경계했다. 분명히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회담의 유일한 목표라고 강조해왔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양보했고 결국 북한 비핵화에 대한 기대를 회담 시작 전보다 낮추었음을 의미한다. 그 이유는 미국이 자신들의 국익(國益, national interest)을 우선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ICBM 제거’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우선순위 논쟁에서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ICBM 제거’가 ‘CVID 관철’보다 우위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협상 태도는 이미 오래 전부터 북한이 미국 뉴욕이나 로스엔젤레스(LA) 또는 하와이로 핵을 발사한다고 할 때 미국 국민보다 한국 국민을 우선적으로 배려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었고 그것이 협상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화된 것일 뿐이다. 미국이 자신의 국익을 한국의 국익보다 앞세우는 외교는 놀랄 일이 아니다. 도리어 당연한 일이고 이를 예상하지 못하고 과대하게 트럼프의 선의(善意)에 기댄 대한민국 보수우파의 우둔함이 문제다.

마지막으로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중단이나 주한 미군의 궁극적인 철수 역시 미국의 배신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원인을 생각하지 않은 합리적이지 않은 판단이다. 그 시작은 문재인 정부의 친중(中) 정책이나 북한과의 화해를 강조하는 ‘민족(民族) 우선 정책’에서 찾아야 한다.

동맹(한국)이라는 나라가 자신과 경쟁(중국)내지는 적대(북한) 관계에 있는 나라와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며 동맹을 중시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 나라를 막대한 돈을 들여 보호해줄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한국의 외교적 태도가 트럼프에게는 거슬렸고 그 결과가 지난 5월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기자의 질문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답변을 “서로 칭찬하는 이야기이니 통역해서 들을 필요가 없다.”고 언급한 것이 아닌가라고 반추할 수 있다.

많은 미국 의회 지도자들은 주한 미군의 주둔이 한국 국민의 의사에 달린 것이라고 했다. 한국 국민이 뽑은 정부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동맹외교를 펴지 않는다면 미국 역시 자신의 이익에 합당한 외교를 펴는 것은 국제정치 현실주의(realism)적 관점에서 당연한 결과다. 최근 정부 당국자의 입에서 ‘한미동맹의 강화’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오로지 ‘한반도 비핵화’를 ‘북한 비핵화’보다 옹호하고, 협상 분위기 조성을 위해 주한 미군의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는 문정인 대통령 고문의 목소리만 크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입장에서 이야기 하고 시쳇말로 김정은 ‘쉴드 치기’에 열심이니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 미군 주둔을 통해 한국의 국방을 도와줄 명분(名分)도 실익(實益)도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도와주기보다는 김정은을 미국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정치적으로 이익이고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하다고 생각했고 결국 한국과 동맹관계는 미뤄두고 김정은과 악수했다. 미·북 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김정은을 대하는 태도가 문재인 대통령을 대접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고 중요하다고 계산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국의 보수우파는 미국이 한국을 배신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남을 탓하는 어리석음을 보이고 있는데 정권을 잃은 잘못을 탓해야 된다는 것이다. 다시 지적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한국의 보수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을 것 같지도 않다면 미국에 위협이 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철거 내지는 시설 불용화 약속이 남한을 위한 북한 비핵화보다 더 중요했을 것이라고 쉽게 가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출구는 있는가? - 역사의 반복을 기다림

첫째,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분명 미국과 북한이 실무회담에서 ‘디테일’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협상은 상호적인 것이기에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는 있을 수 없다는 사실과 함께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의 4가지의 구체성 없는 모호한 합의 이외에는 모두 문서화 할 수 없을 정도로 미·북간에 이견(異見)이 계속되었다고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그 누구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지 못했던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만나 회담하고 비핵화 합의에 이른 것은 자신이라는 트럼프의 업적은 남았다. 앞으로 북한 비핵화 이행에 실패하더라도 그것은 실무회담의 문제이므로 자신과 관계 짓지 않는다. 트럼프식 스타일의 협상이다. 미·북 정상회담은 트럼프의 이익과 미국의 국익이 돋보였던 트럼프가 진행한 ‘리얼리티 쇼’였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북한과 문재인 정부가 간절히 원했던 한국·미국·북한의 종전선언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국이 훗날의 협상 카드로 북한의 비핵화 이행에 대한 대가로 남겨 놓은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지명자가 14일 열린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문제에 관하여 “김정은이 진지한 협상을 하는지 가늠하는 차원에서 주요 훈련을 일시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데서 미국의 공식 입장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미·북 ‘협상의 진행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추후 북한이 이행하는 비핵화의 속도에 문제가 있거나 실무협상이 잘 되지 않을 경우 한미 연합훈련은 다시 살아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추후 북한 압박의 차원에서라도 한·미 연합훈련이 되살아날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미·북 정상회담의 합의문에는 구체적인 약속은 없고 모두 “노력 한다.” “노력을 약속 한다.”고 끝을 맺고 있다. 북한 김정은은 미국의 선의가 지켜질 경우에만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노벨평화상을 받거나 그에 상응하는 대통령 재선에의 이득을 얻었을 경우에만 합의가 지속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미·북 정상회담의 합의가 허술하고, 서로 약속한 것이 없으니 후속 실무회담이 합의에 이르기 어려울 것임을, 즉 비핵화 합의가 깨지기 쉬움을 예측할 수 있다. 지난 10여 주 동안 거의 매일 수 시간씩 협상을 했음에도 합의되지 않은 ‘디테일’이 추가 실무협상에서 쉽게 합의될 것을 기대하기에는 미국과 북한 모두 상대가 강하다.

셋째, 미국은 북한에 계속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없애면 북한의 경제를 도와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당근을 계속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에게 보여준 동영상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을 통해 경제개발을 시작할 경우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발전상에 관한 것이었다.

또 국내 일부 언론은 남북한 관계 개선에 따라 북한의 경제 개방을 당연시 하고 있다. 물론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보다 젊어 아버지가 시도하려다가 포기했던 경제개방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자신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인데 김정은이 유일사상 전제주의 체제를 버리고 북한 주민을 위한 결정을 내릴지는 진정 의문이다. 지금부터 35년 전인 1983년 9월 김정일은 중국 상해(上海)의 ‘상전벽해(桑田碧海)’를 보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고민했었지만 결국 ‘수령 유일체제’의 보위라는 절대 명제 때문에 포기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발 더 나간 우리 언론들은 희망과 가정으로 가득 찬 북한 경제개방 계획만 시리즈로 다루고 있다. 역사는 소유권(property right) 보장과 경제적 자유(freedom in economy) 보장 없이는 경제발전이 없었음을 증명하고 있는데 우리 언론은 ‘자유의 필요성’은 보지 못하고 ‘계획’만 보도하고 있어 안타깝다.


마키아벨리의 경구

한국과 일본을 겨냥한 북한의 단거리 중거리 미사일이 1000여개이다, 중국의 세력을 그 동안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이 막고 있었는데 주한 미군이 철수하면 동맹의 한축이 무너지므로 미일동맹의 부담은 커질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동북아 패권을 중국에 넘기는 결정을 하지 않는 한, 주한 미군의 철수는 완결되기 쉽지 않다. 동북아 세력균형과 패권의 시각에서 본다면 주한 미군의 철수나 무력화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아가 트럼프 이후의 대통령이 결정을 번복하거나 트럼프 임기 중에도 공화당과 의회의 반대 때문에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 1977년 카터 대통령의 미군의 철수 계획도 국내외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1979년 중단되었던 사례도 있다. 당시 일본은 아시아의 세력균형 악화를 경계하면서 주한 미군이 지속적으로 주둔해야 함을 집요하게 미국에 요구했었다. 당시에는 주한 미군 철수 저지에 일본의 역할이 컸는데 이번에도 일본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태도다.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취소하는데 바로 동의했다. 물론 대화·평화론자들은 북한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오는데’ 주한미군이 무슨 필요가 있으며 ‘자주 국방’을 논의할 필요가 있는지를 반문(反問)할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지도자는 국가의 생존과 국민의 안전이라는 국익을 그 어떤 평화보다 먼저 고민해야 하는 존재임을 가르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미국으로 돌아가 바로 올린 트윗에서 “내가 사무실을 차지하기 전(취임 전) 우리는 북한과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었다....더 이상은 아니다. 모두들 안녕히 주무시라.”고 적었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은 지도자의 메시지였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24장에서 “당신의 주도하에 있고, 자신의 능력에 입각한 방어만이 효과적이고, 확실하며, 영구적이다.”라며 “군주는 자신의 능력(군사력)에 의존해야 함”을 경고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편으로 ‘안보 팔이’급으로 선거 때마다 국민에게 표를 구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미군에 기대 ‘자주 국방’을 게을리 했던 보수우파가 새겨 들어야할 경구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익 추구 외교를 비판하기에 앞서 ‘자주 국방’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지도 실천하지도 못한 자신의 허물을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가 미국에게 군사적으로 받으려고만 했지 대한민국의 가치와 중요성을 스스로 지키려는 노력에 정성을 다하지 않았음을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한국의 안보에 주는 교훈이 크다.

김인영 한림대 교수(정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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