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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칼럼] 세계는 원전 건설 붐, 한국은 ‘탈원전’ 역주행

입력 2018-07-0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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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일 연세대 명예교수
현대사회에서 필수적인 전기를 만드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전기를 연중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베이스로드 전원으로는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이 있습니다. 계절이나 주야간의 큰 전기사용량 변동에 대처하는 보조 전원으로는 가스화력발전이 활용됩니다. 


피크 수요와 같은 작은 변동에 대처하는 피크전원으로는 석유화력발전, 가스터빈화력발전 등이 이용됩니다. 재생에너지인 태양광-풍력발전은 수시로 변동이 심하여 전기의 품질이 아주 나쁘므로 어떤 기본 역할에도 활용할 수는 없지만, 전력량 증가에 공헌합니다.

품질이 가장 우수한 전기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이며, 안전하고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 시설이 원자력발전소(원전)입니다. 2018년 6월 현재 세계 30개 국에서 451기의 원전이 운영 중이며,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58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원전을 처음 도입하려는 나라도 30개국이 넘습니다. 원전이 가장 많은 미국은 99기에서 전력의 20%를 공급하고, 그 다음인 프랑스는 58기에서 전력의 72%를 공급합니다.

세계에는 지금 원전 건설 붐이 일고 있습니다. 원전건설시장 규모를 1조 6천억 달러로 추산합니다. 환경오염이 심한 석탄화력발전 대신 원전을 선택한 ‘원전굴기’의 중국은 40기를 운영하면서 20기 이상을 건설 중입니다. 발전량 중 원전의 비율은 현재 약 5% 수준이지만, 2030년에는 15%, 2050년에는 24%를 목표로 합니다. 그 발전용량은 4억 MWe로 100만 kWe급 원전 400기에 해당합니다.

2018년 6월 말에는 프랑스 Framatome이 개발한 160만 kWe급의 EPR(European Pressure Reactor)로 건설한 태산(台山) 원전 1호기와, 웨스팅하우스(WEC)가 개발한 100만 kWe급의 AP1000으로 건설한 삼문(三門) 원전 1호기를 차례로 전력계통에 접속했습니다.

출력이 세계 최대인 EPR은 중국 뿐만 아니라, 프랑스, 핀란드, 영국 등에서도 건설 중이고, 인도의 Jaitapur에는 6기를 건설할 예정입니다.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2035년까지 전력생산과 해수 담수화용 열원으로 쓸 수 있는 열병합발전용 원전 16기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일차적으로 원전 2기 (290만 kWe) 건설에는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경합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2011년 3월 11일의 동일본대진재 이후 전면 중단했던 원전을 재가동합니다. 수명이 40년이나 된 동해원전을 비롯하여 39기 이상을 재가동하여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22%로 할 계획입니다. 당시 지진해일로 인한 사망자는 1만6천명이 넘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원인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한국은 1978년 고리원전 1호기의 상업발전 이후 원전기술을 축적하여 원전 수출국 대열에 참여했습니다. 한국 자체 기술로 개발한 APR-1400 (140만 kWe급) 4기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수출하여, Barakah 원전에서 건설하여, 2019년 초 1호기부터 순차적으로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영국의 Mooresdie 원전에도 APR-1400 3기의 건설을 추진하는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수출 경쟁에 참여 중입니다.

한국은 출력 150만 kWe급의 APR+를 개발하여 천지원전 1, 2호기로 건설하고, 세계 원전시장을 석권할 계획이었습니다. 자동차, 반도체에 이어서 원전이 제3의 대형 수출산업으로 각광을 받는 단계였는데, ‘원전 제로’를 표방하는 문재인정권이 원전의 신규 건설을 전면 백지화하여, 한국이 개발한 최신 원전기술을 사장시켰습니다. 대형 원전사고가 발생한 일도 없고, 원전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도 없는 한국에서 ‘탈원전’이 진행 중입니다.

세계적 탈핵 운동의 계기가 된 것은, 1979년 3월 발생한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2호기(TMI-2) 사고였습니다. 이 사고로 원자로는 못쓰게 되었지만, 인명피해도 없고 방사능 유출도 없었습니다. 그 바로 옆에 있는 1호기(TMI-1)는 설계수명을 연장하여 2034년까지 60년 동안 운영할 예정입니다. 전 세계에서 수명을 60년으로 연장한 원전은 89기에 이릅니다. 앞으로는 수명이 100년 이상이고, 연료 재충전 주기가 100년인 원자로도 개발될 것입니다.

IEA의 추산에 따르면, 세계 에너지 사용량은 2050년까지 39% 증가합니다. 전력의 25%를 원전으로 공급하려면, 현재 발전 용량의 3배에 해당하는 1000 GWe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해야 합니다. 이는 100만 kWe급 원전 1000 기에 해당합니다. 에너지원으로는 우라늄을 비롯한 원전 연료의 사용량이 가장 크게 증가할 것입니다. 해수 중에도 약 40억 톤의 우라늄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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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건설과 관련하여 영국을 방문한 중국의 시진핑 부부를 환송하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부부와 캐머른 수상, 오즈본 재무상. Times Cartoon by Peter Brookes (2015/10/23)

 

세계는 지금 대형 원전과 함께 10만 kWe ~ 30만 kWe 규모의 중소형 원전, 특히 공장에서 제작하여 현장에서 설치할 수 있는 모듈식 원전 등 50가지 이상을 개발 중입니다. 한국은 33만 kWe급의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를 설계했습니다. 설치가 간편하고 초기 비용이 적은 중소형원전은, 노후 화력발전의 대체, 재생에너지와 병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전력과 함께 열을 생산하는 열병합발전, 물의 고온 열분해에 의한 수소생산, 해수 탈염, 지역난방, 기타 산업용 열 생산용 등의 용도가 기대됩니다. 2030년까지 18.2 GWe의 소형원전 시장이 형성되며, 2050년까지 450~850기가 건설될 것으로 추산합니다.

세계는 지금 원전건설 붐인데, 한국은 ‘탈원전’으로 역주행 중입니다. 문재인정권은 한국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원전 1호기(60.7만 kWe)를 40년만인 2017년 6월 18일 영구 폐쇄했습니다. 2018년 6월에는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하여 수명을 40년으로 연장한 월성원전 1호기를 35년 만에 운전을 중단했습니다. 2016년에는 25기의 원전으로 전력의 29%를 생산했지만, 문재인정권의 ‘탈원전’으로 2017년에는 26%로, 2018년 1분기엔 18%로 급감했습니다. 반면에 발전단가가 원전의 1.5배인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이 2016년 39.8%에서 2018년 1분기에 43.4%로 증가하고, 발전단가가 원전의 2배인 LNG 화력발전의 비중은 23%에서 30%로 증가했습니다. 남들은 화력발전을 축소하고 원전을 증가하는데,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25조면 될 原電 대신 100조 신재생에 쓴다.”는 한 일간지의 2017년 12월 18일자 사설 제목입니다. 문재인정권은 2031년까지 전력량의 20%를 태양광발전으로 공급할 공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는 100만 kW급 원전 30기에 해당하는 전력량입니다. 태양광 발전의 가장 큰 문제의 하나는 설치 면적입니다. 원전 1기의 설치에는 여의도 면적의 5분의 1이면 충분하지만,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려면 여의도 면적의 5배 이상 30배 정도가 필요하므로, 필연적으로 환경파괴가 수반됩니다.

원전의 평균 가동율은 약 80%이지만, 태양광 발전시설은 12% 수준에 불과하며, 전기 품질이 아주 나쁩니다. 태양광발전 비중이 15%를 넘으면, 수시로 발생하는 초과 발전량이나 발전량 부족을 처리해야 하는 외부불경제 요인으로 인해 전기의 경제적 가치가 50%나 떨어지므로, 전기료 상승은 필연적입니다. 재생에너지 확충에 치중한 독일의 경우 전기료가 유럽 평균에 비해 아주 비쌉니다.

태양광 발전을 증가시킬수록 전기의 품질을 안정화하기 위하여 원전과 같은 기본 발전시설도 함께 증가해야 합니다. 원전 대신 가스발전을 증가시킨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문제지만, 가격이 수시로 변동하는 LNG 구입에 막대한 외화를 사용해야 하므로, 한국의 에너지 안보가 위기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을 설치하여 러시아 가스를 구입한다면, 러시아의 에너지 속국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과 북한의 관계가 정상화되어 북한을 돕기로 한다면,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 위해서도 북한에서 가장 시급한 전기부터 공급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원전굴기의 중국이 북한에 전기를 공급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의 ‘탈원전’이 계속된다면, 영국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원전을 운영한 나라지만, 북해 유전 개발 이후 한동안 원전건설을 유보한 결과, 자체 원전 기술이 고갈되어, 원전의 신규 건설에는 프랑스와 중국을 비롯한 외국 기술과 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원자력과 관련하여 문재인정권이 할 일은, 첫번째가 ‘탈원전’의 즉각적 철회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노예계약과 같은 한미원자력협정을 전면 개정하여, 우라늄을 자체 농축하고 사용 후 연료를 직접 재처리할 수 있는 권리를 찾아오는 것입니다.

조영일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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