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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칼럼] 필요 없는 시술, 독한 약물은 지양해야 … 몸의 주인으로서 책임감 갖길

70세를 바라보는 ‘전직’ 성형외과 의사의 10가지 조언

입력 2020-06-0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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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심영기 원장님 (6)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검은 머리카락 속에 가닥가닥 비치던 새치에 신경이 쓰이던 40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7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성형외과를 전공해 한 때는 쌍꺼풀수술·코수술 등을 제법 잘 하는 ‘전직’ 성형외과 의사였지만, 지금은 림프부종·하지정맥류·급만성통증을 중점적으로 치료하는 정맥질환·통증의학 의사로 지낸다.

미(美)의 기준은 객관적일 수 있으나 주관이 깊게 개입하는 만큼 의료소비자(고객)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하지정맥류·림프부종 그리고 만성통증으로 찾아오는 환자를 만나 숙제를 풀기 위해 공부를 해야 했다. 숙제를 마칠 즈음 어느새 나는 국내 최초로 하지정맥류·림프부종 치료법을 창안한 ‘자칭’ 이 분야의 전문가가 돼 있었다.

의사는 수많은 환자를 거치며 종종 고민스런 상황에 빠지게 된다. 책에 없는 임상 케이스를 접할 때다. 어찌보면 임상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는 교과서 속의 사례와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단 한 명도 없다고 할 수도 있다. 특이한 사례를 만나면 그때마다 식은 땀을 흘리며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서 책 속에 적혀진 치료법을 넘어 환자들에게 통하는 나름의 치료법을 터득하게 된다. 검은 머리카락 속 새치처럼 드문드문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흰머리가 뒤덮었지만, 임상 현장에서의 배움이 책 속의 내용을 덮을 수 있음에 희열을 느낀다.

임상 현장에서 깨달은 것을 굳이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필수적이지 않은 시술·수술·약물치료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다. 성형외과를 전공한 의사가 할 말은 아니겠으나, 몸을 절개하는 것은 신체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일이므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독한 약물도 너무 쉽게 사용하는데 과잉치료들은 나중에 몸에 부작용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임상 현장에서 희끗하게 머리가 샌 의사로 환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조언을 10가지로 추려봤다.

1. 성형수술은 가급적 하지마라.

성형외과를 전공하고 수많은 성형수술을 집도하다가 칼을 내려놓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성형수술은 이점보다는 부작용이 더 많다. 절개가 많은 수술일수록 더욱 그렇다. 만약 해야 한다면 쌍꺼풀 수술 정도의 작은 절개수술만 하는 게 낫다.

2. 몸에 실리콘 등 이물을 넣는 주사나 수술은 절대로 해선 안 된다. 

얼굴이나 음경에 이물을 넣는 시술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이물반응이 부작용으로 나타나게 된다. 실리콘을 넣는 코·유방·힙 성형수술을 했다면 수술 시효가 끝나는 대로 몸에서 실리콘을 제거해야 한다. 시효란 목적을 달성해서 만족감이 유지되는 기간이다. 자칫 치료가 어려운 자가면역질환을 불러와 긴 시간을 고생할 수 있다.

3. 어떤 부위든 보톡스 주사를 맞을 땐 조심해야 한다. 

얼굴 주름 제거 목적으로 그리고 굵은 종아리 알통을 줄이려고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치료지만, 반복적으로 보톡스 주사를 맞은 근육은 퇴축이 일어나 변형 등 부작용이 생긴다. 특히 큰 근육, 예컨대 종아리에 보톡스를 오래 맞으면 하지정맥 순환에 문제가 생겨 근육통 및 하지 부종이 발생한다.

4. 허리디스크(요추간판탈출증) 수술은 가능한 하지 마라. 

시간이 좀 걸려도 보존적 치료를 선택하는 게 장기적으로 볼 때 허리 건강에 도움이 된다. 급성 디스크탈출로 인한 운동신경 마비인 경우를 제외하면 디스크에서 수술적 치료법은 후순위로 둬야 한다.

5.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아도 종아리 표면에 라면발 굵기의 핏줄이 보이지 않다면 수술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혈관경화요법이라는 주사치료, 혹은 보존적 치료를 시행해도 증상 완화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단 초음파 검사는 1년에 1회씩 받는 게 좋다. 만약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받았다면 세 군데 정도의 병원을 들려 초음파 진단을 받고 크로스 체크를 한 후 결정해야 한다. 병원마다 소견이 상이할 수 있다.

6. 통증이 있다고 스테로이드 주사를 함부로 맞아선 안 된다. 

예전부터 관절 부위의 염증에 ‘뼈주사’로 불리는 스테로이드 주사가 많이 사용되어 왔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빠르게 통증 및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지만 반복해서 맞으면 피부위축·세포괴사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다.

7. 진통제와 수면제 등 장기간 몸에 영향을 미치는 약은 몸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혈압·당뇨약·항응고제 등 꼭 필요한 약이 아니라면 주치의와 상의해 약을 줄여가며 끊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약을 오래 사용할수록 내성이 쌓여 더욱 독한 약이 필요해진다.

8. 산성 음식을 피하고 알칼리성 음식을 섭취하라. 건강한 사람의 체액은 약알칼리성인 pH 7.4를 유지하고 있다. 혈중 헤모글로빈의 산소포화도와 pH 수치는 정비례한다. 패스트푸드와 황·인·염소가 많은 고기를 자주 섭취하면 몸이 산성화되면서 혈중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세포에 산소가 전달되기 어려워져 세포의 노화와 이상을 촉진하게 된다.

9. 세포를 자극하는 전기자극 치료를 적절하게 사용하자. 

전기자극은 통증 부위의 세포를 자극해 세포를 깨우는 효과가 있다.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는 전기적 신호를 통해 세포 대사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데 전기적 신호가 떨어지면 미토콘드리아의 활동이 줄어들고 세포 대사가 느려진다. 193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독일의 생화학자 오토 바르부르크 박사가 제창한 전기생리학 이론에 따르면 전기자극은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ATP(아데노신3인산) 생산을 늘려 세포 대사를 돕고, 통증을 개선하는 호르몬인 엔케팔린(enkephalin)의 분비를 촉진한다.

10. 마지막으로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가지고 건강한 치료법을 추구해야 한다. 

의사를 믿고 치료에 협조하는 것은 환자로서 바람직한 자세이지만 수많은 치료법이 범람하는 지금, 자신의 몸에 필요한 치료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따져보는 것은 몸의 주인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이다. 빨리 낫겠다고 지금 통증을 잊겠다고 과잉치료를 선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장기적으로 내 몸에 더 도움이 되는 방법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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