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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에 취하다] 1970 쎄시봉에서 2015 스마트 소년에게로… '통기타' 감성 통했다!

[아날로그에 취하다] 통기타

입력 2015-02-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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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포크 가수 故 김광석을 기리는 벽화.(사진=허미선 기자)

 

 

그 시절 캠퍼스엔 어디나 통기타가 있었다. 강의가 없을 때면 둘러 앉아 두런거리거나 틈나는 대로 막걸리를 홀짝이던 잔디밭에도, 흥겨운 축제와 정의를 부르짖는 치열한 시위 현장에도, 모꼬지(MT의 순우리말)를 떠나는 기차에도 언제나 통기타가 함께였다. 때론 안주가 되고 때론 흥을 돋우었으며 또 때론 좌중을 압도했다.

과별, 동아리별로 마련된 과방이나 동아리방 한켠에도 늘 통기타가 있었다. 누군가 통기타를 가슴에 품고 연주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께 노래했다. 그 시절 통기타는 그렇게 사람들을 이끌고 관계를 만드는 악기였다.

청춘의 감성부터 60대 노부부를 향한 동경까지 청년으로 스러져갔지만 이미 평생 살아갈 노래를 다 불렀던 김광석도, 1970년대 포크열풍을 이끌었다 2011년 재조명되며 2015년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쎄시봉’도 통기타 선율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누군가의 청년시절 한가운데, 그리고 그 시절 사람들의 중심에는 늘 통기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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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개봉한 영화 '쎄시봉'의 한 장면.(사진제공=CJ E&M)

 


◇ 다시 울리는 통기타 선율에 추억이 방울방울

2015년 꼭 마흔이 된 황대성씨는 사느라 분주해지면서 한켠으로 밀어둔 통기타를 최근 다시 꺼내들었다. 통기타의 금속 줄을 튕기자 어느덧 내려앉은 세월의 더께처럼 뽀얗게 앉은 먼지가 추억과 함께 날린다.

“기타를 연주할 때만큼은 제 자신이 멋지다고 느꼈어요. 코드 하나하나 잡을 때마다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제대로 된 소리가 날 때마나 또 얼마나 기뻤는지….”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배우기 시작한 통기타는 황씨에게도 자신감을 선사했다. 오랜만에 스스로도 멋지다 믿었던 그 시절의 자신감을 나눠받은 그는 “문득 초라해질 때나 사는 게 서글퍼질 때 한번씩 연주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최근에야 통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임규근(45)씨는 “고등학교 때 소풍이나 체육대회에서 기타를 튕기는 친구의 손가락이 멋져 보였다”고 회상한다. 그 시절부터 통기타는 그에게 ‘로망’이었다.

“고등학교 때도 대학교 때도 통기타를 치는 이들은 늘 사람들을 이끌고 관계의 중심에 있었어요. 저 역시 누군가의 앞에서 멋진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그걸 극대화시키는 게 통기타죠.”

아련했던 첫사랑 소녀와의 사연이 어우러진 통기타에 대한 꿈은 이제 그에게 친구, 회사 동료 등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아우르는 소통의 창구이자 힐링을 위한 동반자다.

“통기타에 빠지다 보니 오히려 제가 힐링하는 느낌이에요. 기타를 치는 동안은 잡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거든요. 머리는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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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낙원상가에서 기타를 배우는 청소년들.(사진=김동민 기자)

 


◇스마트기기에 익숙한 청소년 감성 깨우는 통기타

통기타의 메카로 많은 이들이 찾던 화려한 과거에 비하면 한산한 풍경이지만 여전히 통기타 마니아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 낙원상가다. 해질녘까지 기타소리가 끊이지 않는 그곳에는 여전히 기타를 든 어린 소년, 젊은 청년들이 드나들고 있다.

상가 한켠에는 경기도 화성에서 온 학생들이 통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남충신(16)군은 오랫동안 피아노를 배우다 통기타 특유의 경쾌한 사운드가 좋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전기기타를 많이 배우지만 나는 통기타 특유의 울림이 좋아요.”

남군의 통기타 찬양에 곁에 있던 전준희(15)군이 “공간을 채우는 통기타의 꽉찬 음이 좋다”고 보탠다. 통기타의 울림은 그렇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을 가졌다.

“중학교 때 친구랑 통화를 하는데 전화기 너머로 통기타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 소리에 홀린 듯 통기타가 치고 싶어졌죠. 기타의 매력은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거예요. 소리를 내기도 어렵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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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과거에 비하면 한산한 풍경이지만 낙원상가에는 여전히 통기타 마니아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사진=김동민 기자)

  


◇여섯줄이 만들어내는 위로…삶을 담고 삶을 닮은 악기

그렇게 기타의 울림에 빠져든 정신세계사의 김우종 편집부장은 현재까지도 블루스 밴드 선데이서울 멤버로 기타와 함께다. “늘 곁에 있는, 방안에 없으면 불안한 존재가 됐다”는 기타에 대해 김 부장은 “심장 가장 가까이에서 울림을 만들어내며 연주하는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는 솔직한 악기”라고 털어놓는다. 외롭거나 허전할 때 위안과 안식처를 선사하는 존재 역시 통기타다.

영화 ‘쎄시봉’, 연극 ‘해롤드&모드’로 통기타와 인연이 깊은 젊은 배우 강하늘은 통기타를 “사람의 감정을 드러내는 악기, 모든 인간에게 어울리는 소리”라고 정의했다. 그렇게 통기타는 인간을, 그들의 삶을 닮았다.


브릿지경제 =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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