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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오는 대선에 누구를 찍어야 할까… 다큐영화 '노회찬6411'에 답이 있다!

[Culture Board] 영화 ‘노회찬6411’, 故 노회찬 발자취 담은 3주기 추모 다큐멘터리
오는 14일 메가박스 단독 개봉

입력 2021-10-13 19:00 | 신문게재 2021-10-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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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회찬6411
타고난 재치로 주변인들을 즐겁게 만든 것도 고인이 가진 또다른 매력이었다.(사진제공=명필름)

 

대한민국 역사상 여러 성씨 중 희귀성인 ‘노’는 두명의 대통령을 냈다. ‘김, 이, 박’이 전 인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에서는 꽤 이례적이다. 영화 ‘노회찬6411’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한국에 정착한다면 거의 브라만(최상급 계층) 수준이 아닐까 싶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브라만 계급은 성직자 이상의 존재였지만 정치에는 전혀 개입할 수 없다는 사실.

좀 억지스럽지만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정도로 이 작품은 여러 모로 많은 잔상을 남긴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명문고에 진학해 대학을 나와 기꺼이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용접공이 된 남자는 투명인간과 약자들의 벗으로 평생을 살았다.

진보정당을 결성하기 까지의 고난, 민주노동당의 선거 패배, 진보신당의 창당과 통합진보당 합류, 떡값 검사들의 명단인 ‘삼성 X파일’을 인터넷에 올려 의원직을 박탈당한 사건 등 굴곡진 그의 삶의 기록이 화면 가득하다. 영화는 그의 유년시절 친구와 정치 선후배, 동료 그리고 수행기사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미디어에 비춰진 노회찬은 사실 편파적인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영화는 간간히 뉴스와 ‘100분 토론’ 그리고 정당대회에서의 노회찬 모습을 섞는다.

영화 노회찬64111
영화 ‘노회찬6411’의 공식포스터.극중 윤중로에서 유권자들을 만나는 표정은 선거운동이 아닌 오래간만인 친구를 만나는듯 반갑다. 영화 말미 손석희 앵커의 뉴스브리핑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사진제공=명필름)

 

간혹 라디오와 아침마당, 인터넷 방송 등에 출연해 선보인 인간적인 면모도 숨기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이렇게 매력적인 정치인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정점은 ‘노회찬 버스’라 불리는 6411에 탄 그의 굽은 등에서 정점을 찍는다. 피곤에 찌든 그들에게 표심을 구걸하며 말을 걸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그들과 섞여 앉아 있다. 그는 적어도 보좌관이 적어준 연설문을 앵무새처럼 읽은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가장 부촌이라는 강남에 청소부 혹은 경비, 노동자로 살아가는 그들의 출근길에 기꺼이 동참하면서 복잡미묘한 표정이 잠시 스친다. 이 때의 경험은 진보정의당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빛을 발한다. 그는 애초 정치인을 꿈꾸지 않았다. 단지 인천의 한 공장에서 평생 노동자로 살며 그들과 함께 좀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꿈꿨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진보정치의 길로 이끌었고 서민이 권력을 잡는 그날을 의심치 않았다. ‘노회찬6411’의 시선은 고인을 향한 무조건적인 찬양보다 한발 떨어진 곳에서 당시엔 미처 몰랐던 ‘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곧고 올바른 노회찬의 인‘격’ 대신 노회찬이란 사람이 가졌던 세세한 모양(결)을 가감 없이 선보이는 식이다.

적어도 정치인 노회찬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도 이 영화는 분명 ‘보는 재미’가 있다. 각 당의 이름, 여야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노회찬이 태생적으로 가진 위트와 불의에 맞서는 영리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노회찬6411’은 올해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3시간 분량으로 처음 상영됐지만 14일 개봉을 앞두고 2시간 7분으로 줄였다.

영화 ‘건축학 개론’ ‘아이 캔 스피크’ 등 다수의 화제작들을 만든 명필름이 처음 도전한 다큐영화란 점에서 믿고봐도 좋다. 적어도 조만간 다가올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필수관람해야 할 영화다. 12세 관람가.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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