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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주택시장 경계 1호 '자기합리화'

입력 2017-09-27 15:03 | 신문게재 2017-09-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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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8·2 부동산 대책, 9·5 후속 대책 이후 매매심리가 냉각되면서 주택시장은 안정 기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9·5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와 모니터링 지역이 추가 지정되는 등 지속적인 규제기조 유지가 예상되면서 추석 분양시장마저 냉각된 것이다. 하지만 주택시장은 단순하지 않다.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상대적으로 투자가치가 있는 주택’을 찾아낸다. 서울 재건축가격이 전주 대비 0.07% 기록하며 2주 연속 상승을 보이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러한 아파트가격 변동에도 여러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누구는 규제의 역설로, 누구는 썰렁해진 명절 분양시장으로 바라본다. 즉, 주택규제에도 주택가격 상승을 막을 수 없다는 관점과 일시적인 반등이지 대세적인 상승은 아니라는 관점이 양존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로 공급이 부족하거나, 양호한 교통, 교육 등의 편의시설, 개발호재 등에 의해 규제에도 가격상승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매수 및 매도자의 자기합리화에 의한 영향도 크다.

최근 단기적 주택가격 상승이 정상적인 거래에 의해 형성된 것인지, 아니면 합리적인 선택에 의한 가격인지 의구심이 든다. 부동산 규제로 인해 최근 거래량이 감소했기 때문에 주간 주택가격은 인기단지의 분양이나 급매물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인기 물량의 가격은 바로 반영되는데 반해 그 외 대부분의 물량은 시세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심리의 간극은 자기합리화, 무드셀라 증후군, 콩코드효과 등으로 대변된다. 부동산 시장으로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되거나 규제에도 주택을 매수하는 것은 과거 주택시장에서 가격상승을 경험했거나 봐왔기 때문이다. 무드셀라 증후군은 과거의 일을 회상할 때 나쁜 기억은 빨리 지워버리고 좋은 기억만을 남기려는 일종의 ‘기억왜곡현상’이다. 주택담보대출상환이나 주택매도에 고생한 기억보다 매도차익을 얻은 것만을 기억하기 때문에 매수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매수하지 못한 사람은 시장을 좀 더 비관적으로 본다. 어떤 걸 원하지만 그 걸 얻을 수 없으면 비난을 함으로써 심리적 부조화를 줄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반면 매물을 회수하고 있는 매도자는 ‘단 레몬 심리’에 빠져있다. 단 레몬 심리는 단지 자신이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 레몬을 세상에서 가장 달다고 치켜세우는 것을 말한다. 즉, 내가 보유하고 있는 주택은 주택가격이 하락하거나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매도자든 매수자든 혹은 대기자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심리적 왜곡은 시장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자기합리화하고 확증편향을 갖게 한다. 매수자는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조금만 더 기다리자는 생각으로 장기간 전세난민으로 남게 되고, 매도자는 본전생각에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한 주마다 변동되는 가격에 일희일비하기 보다 향후 주택규제 강화, 세제 강화, 금리인상 등 대세적인 시장변화에 대비하고 자기합리화의 왜곡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선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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