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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산업안전보건청 신설보다 중한 것 있다

입력 2021-02-02 14:48 | 신문게재 2021-02-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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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시한 답은 ‘산업안전보건청’이었다. 경영계의 깊은 우려를 무시하고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을 통과시키더니 후속작처럼 내놓은 것이다. 시급성으로 말하면 지금은 중대재해법 보완·개선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이를 덮어두고 그 연장선에서 추진되는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이 묘안은 아닐 것 같다. 후퇴 논란을 보강하기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이라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재해 예방과 관리의 필요성에는 경영계를 포함해 누구나 공감한다. 산업안전 지수와 경각심을 높이려면 각 부서에 산재한 기능을 통합·조정하는 것만으로 수행할 수 있다. 그러기 전에 처리 시한에 쫓긴 중대재해법의 졸속을 손봐야 한다. 제정 과정에서는 논의나 의견 수렴 과정이 형식적이었다. 굳이 지금 꼭 하겠다면 고용노동부 노동정책국 등 국 단위 담당 조직을 산업안전보건본부로 격상해 운용하는 정도로 끝내도 될 일이다. 청 설립을 준비하기 전에 더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정부조직 신설 모델로는 영국의 안전보건청, 미국의 산업안전보건청을 염두에 둔 듯하지만 배경부터 다르다. 미국만 해도 우리의 산업안전보건공단과 대응하는 조직이 없다. 예방정책 중심이라면 산업 재해 전문 인력이 풍부한 기존 정부조직으로 감당이 가능하다고 본다. 강력한 처벌과 산업재해 예방 면에서 보완적 역할을 곁들이면 법 집행이 강화될 거라는 예단은 해볼 수 있다. 그러나 실익으로 따져도 중대재해법에 따른 의도하지 않은 정책 부작용을 없애는 쪽이 먼저다. 공무원 증원과 관련 예산 증액은 여기서 논외로 한다. 그보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강한 처벌 부과의 산업재해 예방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음을 부연하고 싶다.

무엇보다 산업재해 예방 정책 면에서 반드시 양립할 근거는 희박하다고 판단된다. 처벌에 방점이 찍힌 중대재해처벌법은 현실적인 난제들을 안고 있다. 청 조직이 종합적인 산업안전보건기관이라 하더라도 이 법의 연장선에서 신설하면 자칫하면 문제점까지 승계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처벌 강도가 약하지도 않다. 예방·관리·감독은 안전문화 정착과 관련 인프라 확대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풀어갈 과제다. 지나치게 서두른 결과, 기업규제 3법, 노조법, 중대재해법에 국내 기업 환경은 최악이 됐다. 이제부터 중대재해의 실효적인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는 운용의 문제이지 기구의 문제가 아님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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