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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황금기

입력 2023-03-14 14:01 | 신문게재 2023-03-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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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같은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는 어린아이들에게 (내 수상이) 희망의 불꽃이, 가능성이 되길 바란다.” “여성 여러분,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마시길 바란다.”

말레이시아 출신, 여성, 61세. 사회적 통념으로 봤을 때 그를 둘러싼 조건은 어느 하나도 유리한 게 없었다. 소위 와스프(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 미국 주류 지배계급)도 아닌 아시아인, 남성도 아닌 여성 그리고 “이제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라”는 보이지 않는 눈총에 시달릴지도 모를 61세.

스스로의 표현대로 “저와 같은 모습”은 어쩌면 ‘사회적 편견’의 대상으로 최전선에 서 있을 조건이다. 그런 조건으로 오래도록 백인우월주의를 유지해 온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 최초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은 이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어올)의 양자경이다. 액션으로 스스로를 특화시킨 중화권에서의 활동, 007 시리즈로 할리우드 진출 등 애초 롤 프로게이머의 발언이었지만 이제는 모두를 아우르는 희망의 메시지가 된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의 자세로 묵묵히 제 길을 걸었던 그는 여전히 황금기 배우다. 그에게 오스카를 건네준 전년도 수상자 제시카 차스타인과의 오랜 포옹 또한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아시아계 미국인 가족이 겪는 현실적 고충과 세대 갈등 등을 B급 SF 액션 판타지로 풀어낸 ‘에에올’은 미국 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 스타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다양한 장르로 수차례 변주된 독일의 반전 스토리 등과의 경쟁에서 7개의 오스카를 품에 안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투자의 황제 워렌 버핏의 ‘존버만이 살길’은 재테크 뿐 아니라 삶 전반을 아우르는 ‘띵언’이 된 지 오래다. 그렇다고 마냥 ‘존버’만 한다고 황금기가 와줄까. 황금기는 무엇이며 언제인가. 그리고 삶에 단 한번 뿐인가. 충족해야할 조건은 또 무엇인가. 아무리 고민해도 젊음도, 하얀 얼굴도, 남자도 아니다.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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