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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내로남불’의 비극

입력 2023-04-11 14:06 | 신문게재 2023-04-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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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남은 비극적인 일의 대부분은 타인에 대한 몰이해 혹은 ‘남 탓’에서 비롯됐다. 1923년 관동대지진 발생당시 일본인들은 혼란의 원인을 조선인 탓으로 돌리며 수 천명의 조선인을 죽였다. 히틀러는 독일의 불운을 유대인의 탓을 돌리며 600만명이나 학살했다.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분쟁도 ‘남탓’ 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자동차 사고를 내면 “폭우가 심해서” “커피가 갑자기 쏟아져서”라는 식으로 상황 탓을 하며 합리화를 하지만, 다른 이가 사고를 내면 “방어운전 했어야지” “안전거리 확보했어야지”라는 식으로 탓 하다가 싸움이 난 경험은 누구나 한 두번 정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잘못은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변명하고, 남의 잘못은 그 사람의 문제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미국에서 특파원을 만나 “이전 정부처럼 한 해에도 몇 차례나 추경하고 재정 지출을 18~19%씩 늘리는 건 정상이 아니다”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전 정부의 추경편성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상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사실은 외면하고 현재의 경제위기를 전 정부 탓으로 돌리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이다.

현 정부의 핵심 관계자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전 정부를 비판한 것은 한 두번이 아니다.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까지 침입했을 때는 “문재인 정부에서 훈련을 안 했기 때문”이라면 비판 했고, 한전 적자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가스와 석탄 발전 비율을 높이다 보니, 원자재값이 오르면서 적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취임한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까지 ‘남 탓’을 계속할 지 궁금해진다. 


- 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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