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새문안通

[새문안通] '시장중심' 경제

입력 2023-07-04 14:03 | 신문게재 2023-07-05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6일 취임 2년차 첫 국무회의에서 “지난 1년간 우리 정부는 이념적, 반시장적 정책을 정상화하고 시장중심의 민간 주도 경제로 전환하는 데 주력해 왔다”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있은 후 한 달 뒤인 6월 18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지난해 9~10월에 (라면 판매 기업들이 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추 부총리는 “소비자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며 불매운동을 권고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경제부총리의 ‘권고’ 후 바로 다음주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등 라면회사들은 주요 제품의 가격인하를 발표했다. 라면업체뿐만 아니라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 SPC삼립, 해태제과 등도 일부 빵과 과자 가격을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현 정부가 시장의 가격 결정에 개입해 압력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융시장의 관리·감독을 맡은 금융감독원장은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올해 들어 무시로 은행의 금리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다. 또 농식품부는 국민의 밥상물가를 낮추겠다며 지난 2월 식품업계 CEO들을 불러모아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하더니, 지난달 26일에는 제분업계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밀가루 가격을 낮춰달라”고 당당히 요구했다.

이쯤 되면 ‘시장중심’이라는 말의 뜻이 바뀐 것은 아닌지 헷갈릴 지경이다. 시장중심이라는 말이 시장의 기능을 존중하고 정부의 인위적 개입을 가급적 자제한다는 뜻으로 이해한 필자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 물 -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