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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주년] 마트엔 '간편식' 극장엔 '싱글석'…괜찮아! 솔로라도

[1인가구, 세상을 바꾸다] 경제도 움직이는 '1코노미'의 힘

입력 2017-09-15 06:00 | 신문게재 2017-09-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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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혼밥’은 흔한 풍경이 아니었다. 특히 도심 한 복판에 있는 식당에서 혼자 식사를 하면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거나 친구가 없는 사람 취급 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1인 가구가 늘면서 ‘혼밥’은 익숙함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1인 가구를 대표하는 혼밥이라는 단어는 여러 신조어로 번져나갔다. 혼술,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행(혼자 여행하기) 등이 대표적이다.

 

더 이상 혼자 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 혼자 사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들로 인해 경제지형도 바뀌고 있다. 큰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가전시장에 싱글족을 위한 작지만 강한 제품들이 늘어났고 유통업체들은 1인 가구를 위한 소용량 제품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온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1인 가구를 위해 야채나 과일까지 1인용으로 소분해 집으로 배달해주기도 한다.

 

 

30면_창간_1인가구

 


◇ 1인 가구 얼마나 많길래…

그렇다면 기업들의 주력 상품까지 바꿔놓은 1인 가구는 얼마나 될까. 또 얼마나 더 늘어날까.

통계청 ‘2016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539만8000가구에 달한다. 지난해 한해동안 늘어난 1인 가구는 19만5000가구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9%에 달한다. 1인 가구는 앞으로 더 증가할 전망이다. 통계청 ‘장래가구 추계’를 보면 2045년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36.3%(809만 8000 가구)를 차지해, 부부가구 21.2%(474만 2000가구), 부부+자녀가구 15.9%(354만 1000가구)를 제치고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사실상 열 가구 중 네 가구 가량이 1인 가구인 셈이다.

1인 가구의 소비 규모도 수직상승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 16조원에 불과했던 1인 가구 소비규모는 10년만인 2015년 86조원으로 성장했다. 2020년에는 120조원, 2030년에는 194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1인 가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20대와 60대 이상이다. 그러나 소비를 주도하는 연령대는 30대와 40대다. 통계청의 2015년 가계금융복지 조사결과에 따르면 20대 1인 가구의 연 소득은 1200만~2400만원 이하가 34.2%로 가장 높았고 60대 이상은 77.1%가 1200만원 이하를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040의 경우 2400만~3600만원이하가 전체의 30%에 달했고 연 6000만원 이상의 고수익자도 각각 8.2%, 7.6%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 3600만원 이상을 버는 30대는 전체의 36.6%, 40대는 28.9%에 달했다. 경제력 있는 3040 1인 가구는 179만2000명에 이른다. 기업들이 1인 가구를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혼밥·혼영이 기업을 바꾸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은 1인 가구가 성장시킨 대표적인 시장이다. 올해 시장규모가 3조원으로 추산되면서 식품기업은 물론 외식업체까지 앞다퉈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CJ제일제당, 대상 등 조미료, 장류, 김치 등을 선보여온 기업들은 관련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했고 급식으로 알려진 아워홈도 국탕류와 면류 등 다양한 HMR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동원F&B, 한국야쿠르트, 빙그레, 농심까지도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국야쿠르트와 동원은 각각 ‘잇츠온’, ‘더반찬’을 통해 밑반찬과 국탕류를 선보이고 있으며 빙그레도 ‘헬로빙그레’로 HMR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빙그레는 온라인몰 중심으로 제품을 유통하다 최근 롯데슈퍼, 미니스톱 등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통채널을 확대했다. 1인 가구가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것을 반영해 이들에게 익숙한 시장부터 제품을 유통시킨 것이다. 농심도 ‘쿡탐’을 론칭하고 냉동 탕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식품업계가 주도해온 가정간편식 시장은 외식업계까지 번지며 놀부, 굽네치킨, 본죽 등 외식 프랜차이즈들까지 앞다퉈 HMR 제품군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죽, 설렁탕, 소시지, 닭가슴살, 부대찌개 등 매장 주력 메뉴를 HMR로 출시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변화도 눈에 띈다. 늘어나는 1인 가구가 집 밥을 즐길 수 있도록 한 대표 제품이 HMR이라면 대형마트와 SSM 등은 소포장 또는 소분한 야채, 생선 등을 늘리고 있다.

온라인 슈퍼, 편의점에서 시작된 한 줄짜리 대파, 1인용 찌개 야채, 반쪽 수박 등도 이제는 대형마트에서까지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영화관 풍경도 달라졌다. 혼자 영화를 보러오는 비중이 20%에 육박하면서 CGV는 혼영족을 위한 먹거리를 확대하고 있다. 아메리카노 1잔에 프렛즐이나 츄러스를 선택할 수 있는 ‘커피콤보’와 싱글팩을 선보였다.

메가박스는 1인용 좌석을 별도로 만들기도 했다. 한 열 전체를 다른 좌석과 분리된 싱글석으로 운영하면서 혼자 영화를 볼 때 옆 사람 때문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 싱글족 주거문화까지 바꿨다

싱글족의 대부분은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거주한다. 가전과 가구가 대부분 빌트인으로 설치된 원룸과 오피스텔은 이사를 갈 때 이삿짐을 줄일 수 있는데다 가구나 가전 구입에 목돈을 들이기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주거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셰어하우스도 인기다. 컴앤스테이는 앱을 통해 다양한 셰어하우스를 조건별로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룸이사 전용앱 ‘퀵퀵 원룸이사’는 1인 가구를 겨냥한 이사서비스를 제공해 대학생이나 싱글 가구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가전도 대형과 소형으로 양분되고 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가전브랜드 레꼴뜨는 작지만 다양한 기능을 하나에 담아 싱글족 필수 가전으로 떠올랐다. 생활가전도 작아지는 추세다. 대유위니아의 ‘위니아 소형냉장고’는 크기 뿐만 아니라 소음까지 줄여 좁은 집에 거주하는 싱글족의 만족도를 극대화했다. 동부대우의 벽걸이 세탁기는 작은 크기를 앞세워 올해만 20만대 판매고 달성이 예상되고 있다.


◇ 싱글을 위한 금융상품도

금융권도 1인 가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카드업계는 싱글족 맞춤형 카드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삼성카드의 ‘삼성카드 탭탭 아이(taptap I)’는 커피전문점과 영화관, 음식점, 온라인 쇼핑몰, 세탁소 등에서 이용하면 3%에서 최대 30%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전 세계 공항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KB국민카드의 ‘KB국민 청춘대로 1코노미 카드’는 편의점·음식점·택시 등 1인 가구가 많이 이용하는 업종에서 사용하면 최대 20%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NH농협카드의 ‘NH SolSol(쏠쏠) 카드’도 혼밥, 혼술은 물론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밖에도 금융권에서는 싱글족을 위한 적금, 보험, 저축상품 등도 선보이고 있다.

셰어하우스 등 공유경제에 익숙한 싱글족으로 인해 렌탈시장도 성장세다. KT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6년 3조원이던 렌탈시장은 지난해 25조9000억원으로 8배 이상 커졌다. 오는 2020년 렌탈시장이 4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기업의 렌탈시장 진출도 늘고 있다. SK는 동양매직을 인수해 렌탈 사업에 뛰어들었고 롯데도 금호렌터카 등을 인수한 롯데렌탈이 차량 렌탈부터 시작해 생활가전, 생활용품, 유아용품까지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유현희 기자 yhh120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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