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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그래도 공급자가 되자

입력 2021-02-18 14:03 | 신문게재 2021-02-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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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글로벌애널리스트/미래경영학자

19세기 초에 경제학자인 세이가 이런 말을 했다. “유효수요의 부족은 없으므로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 이를 후일 케인즈가 ‘세이의 법칙’이라고 부르며 20세기 초 미국의 대공황 탈출해법으로 삼아 대규모 공급사업 정책을 제안했다. 오늘날에도 사업가들이 창업을 하고 시장을 넓히려는 일들에는 이런 일반적인 기대가 깔려있다. 공업혁명이 지나가고 정보혁명이 가열차게 진행되면서 서서히 평범한 사람은 공급의 대열에 서기가 어려워진다. 데이터와 센서와 지능기계와 알고리즘이 다 알아서 할 일이다.

보통사람들은 남의 기술이나 아이디어의 수요가 되기는 해도 스스로 공급하는 일에선 점점 멀어져 간다. 그러다보니 요즘 일반인들은 하루 일과가 투자와 소비와 오락 사이를 오고간다. 주택시세를 보거나 주식시세를 보다가 식사를 배달시키고, 트롯을 듣다가 게임을 한다. 넥타이를 매거나 작업복을 입지도 않고 품의서를 쓰지도 않고 결재판도 들고 다니지 않는다. 차에서 물건을 내리고 올리는 일도 없어지고 손님과 매장에서 흥정하는 일도 거의 없다. 미국 증시를 보고 있으면 반도체나 운송주가지수만 주로 오른다. 주문과 오락과 소통과 배달이 일반인의 삶의 전부인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인간에게 이젠 ‘생산주권’이 차츰 없어져 간다. 사이버로 주문하고 차로 배달하고 돈도 가상으로 지불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들이 온통 세상의 이익과 배당을 다 걷어간다. 요즘 애플은 우리나라 전체 시가총액보다 많고,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일본의 도요다와 소니와 히타치를 합한 것보다 크다. 20세기 초에는 포드나 벤더빌트나 록펠러가 그렇게 세상을 주도했다. 철도를 놓고 또 놓고 기차를 만들고 또 만들고 자동차도 그러했다.

확실한 인과관계는 아니지만 나중에는 이런 이동의 힘과 소재의 힘으로 1·2차 세계대전이 잔혹한 기계와 철제의 병기전투로 자동차와 전차까지 개입해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그 사이에 수공업이나 농업의 일자리를 잃은 미국의 청년들은 정부가 남의 나라, 모르는 땅의 전쟁터로 데리고 갔다. 이런 일은 베트남과 중동에서 1970년대 초반까지 일어났다.

온통 남아도는 일손들을 정치가들이 또 어디로 데리고 갈지 오리무중이다. 한 동안은 동네에서 허드렛일을 만들고 공공일자리로 데리고 갔다가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날벼락을 만났다. 최저임금도 가이드라인을 올려주고 근로시간도 줄여 주었지만 이젠 그나마의 일자리에서도 손을 놓아야 했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삶의 자기 주도권은 언제나 생산에서 나온다. 생산자는 부가가치도 만든다. 부문 간의 결합도 하고, 서로 협력도 하고 함께 시너지도 만든다. 소비나 투자에서는 직접 하지 못하는 일들이다. 어렵고 또 힘들지만 할 수만 있다면 그래도 누구나 생산자로 돌아가야 한다. 특히 학생들은 생산자나 공급자나 창조자로의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공급자는 모험과 희생이 있어야 한다, 두려워하지 말고 청년들은 소비나 투자에만 그치지 말고 공급자의 대열로 찾아가자. 정치가들은 공연히 청년들에게 국가분쟁과 지역다툼의 환경을 만들지 말라.

 

엄길청 글로벌애널리스트/미래경영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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