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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헛다리 짚은 최고이자율 인하

입력 2020-09-24 14:05 | 신문게재 2020-09-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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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서두르다 도리어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말하는 조장(助長)의 유래는 이렇다.


어떤 송나라 사람이 있었는데, 곡식의 싹이 빨리 자라지 않자 이를 걱정해 밭에 있는 모든 싹을 약간씩 위로 당겼다. 그는 하루 종일 온밭을 돌아다니며 이렇게 하고는 집에 돌아와 가족에게 말했다. “오늘 정말 피곤해서 병이 날 것 같다. 내가 싹이 잘 자라도록 도와줬거든.” 그의 아들이 이 말을 듣고 황급히 달려가서 보니 모든 벼의 싹들이 말라 시들어버렸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경구다.

금융시장의 최고 이자율을 10%로 하자는 주장을 유력 정치인이 제기했고, 몇몇 의원은 법안을 발의했기에 자칫 ‘조장’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10%로 대출받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계층은 대출시장에서 아예 퇴출되고 만다. 대충 추산해 봐도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220만여 명 중 대부분(약 98%)은 대출자체를 못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금액으로는 18조원이 된다. 뿐만 아니라 대부업 이용자 180만 여명도 어디에서도 대출받을 수 없게 된다. 16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마을금고나 신협 등 상호금융업체, 할부금융사나 신용카드사(현금서비스)에서 퇴출될 금융이용자까지 고려하면 그 수는 생각하기만 해도 끔찍하다.

최고 이자율이 높아서 높은 이자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이용자 개개인의 신용상태로 인해 낮은 이자에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점에는 왜 고개를 돌리는지 모를 일이다. 신용이 우량하다면 그에 맞는 이자로 대출받을 수 있는데 뭣 하러 고금리를 이용하겠는가.

금융이용자의 신용도를 높여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도록 하는데 관심을 가져야지 공급자에게 위험이 큰 고객에게 저금리로 대출해 주라고 강요해 봐야 금융을 경색시키고 결국은 계층별로 형성된 금융시스템을 망가뜨릴 것이다.

공급자의 ‘가격’을 강제하는 쪽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저신용자의 신용회복을 위한 전문가나 전문기관의 상담활동을 지원하고 신용회복제도 확대 등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신용도를 높이면 자연 ‘가격’은 내려간다. 정부의 정책금융상품도 10%가 훨씬 넘는 것이 있다. 일부 부실을 감내하고도 그 정도의 금리로 설계될 수밖에 없는 사정을 헤아려야 한다.

공자 어록을 모은 ‘논어’의 첫 문장은 ‘학이시습(學而時習)’이다. 때에 맞춰 공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천자문 배울 때는 천자문을, 사서를 공부할 때는 사서를 해야 ‘불역열호(不亦說乎)’하지 않겠나 하는 것이리라. 겨우 천자문 배울 학동을 성균관에 넣은들 무슨 기쁨을 얻을 것이며, 또 이걸 장려할 일인가.

20%에 대출받을 수 있는 신용도를 가진 금융이용자를 10% 시장에 넣어 봐야 들어가지도 않을 뿐더러 결국은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모는 우를 범하게 된다. 상대적 고금리라 하더라도 신용도에 맞는 금리를 찾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정책의 방향이 돼야 한다.

현재 24%의 최고이자율을 4%포인트 낮출 경우를 보니, 대부업 영역만 한정해서 봐도 이자부담 감소로 인한 이익은 최대 1500억원 정도인 반면 불법 사채에 노출되는 위험은 2조원나 된다. 저신용, 저소득자를 돕고자 추진한 정책이 서민을 죽이는 양두구육(羊頭狗肉) 같은 황당한 정책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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