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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월 260곳 출범, 겨우 10%만 명맥 유지"

'더불어 사는 삶' 공동체 성공하려면…

입력 2014-09-1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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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미디어 동작 FM의 양승렬 대표는 "혼자라면 개인 문제로 치부되지만 공유하는 이들이 모여 한목소리를 내면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한다.(사진제공=동작FM)

 

 

 

커피와 베이커리, 음악을 즐기며 책을 읽거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한쪽에서는 뜨개질을 하고 춤이나 악기를 배우는가 하면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하는 이들도 있다. 어르신의 경력과 청년의 행동력이 새로운 사업을 만들고 농부와 소비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소통한다. 때로는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거나 사업 파트너를 만나기도 한다. 

 

전시공간과 책방이 있고 소박하게 꾸며진 정원이 있는 유럽의 커뮤니티(Community) 혹은 소셜 센터(Social Center)의 풍경이다. 유럽 마을 곳곳에 자리 잡은 이 같은 형태의 센터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 100세 시대, 1인 가족 확산, 청년실업, 노인 고독사 등 사회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적 기업, 마을공동체, 협동조합, 커뮤니티, 소셜 센터 등 형식이나 명칭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목표와 삶을 공유하며 정서·경제·취미·관계 등을 충족시키는 더불어 사는 삶, 공동체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 한남동 마을공동체 ‘우사단단’의 김연석 단장은 ‘공동체’를 “에너지 셰어”라고 표현한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여럿이 모이면 가능해진다”며 “혼자서는 실패도 성공도 외롭고 쓸쓸하다”고 덧붙인다. 

 

100세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은퇴는 점점 빨라지고 살 날은 늘고 있다. 자식과 배우자에 대한 부양부담은 무거워지고 관계는 소홀해진다. 갑자기 찾아온 100세 시대는 반갑지만 혼란을 동반한다. 경제 안정화 전략, 관계 솔루션, 건강관리, 여가 활동 계획 등을 새롭게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종교 및 지역 공동체, 취미 동아리,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활동이 중요해졌다.  

 

1인 출판협동조합의 정광진 이사장은 ‘공동체’를 “다 같이 좀 더 잘 살아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정의한다.   

 

마을미디어 동작 FM의 양승렬 대표는 “100세 시대의 과중한 부양부담이나 관계 부재, 정서적 빈곤 등은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이어 “혼자라면 개인 문제로 치부되지만 공유하는 이들이 모여 한목소리를 내면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인다.  

 

협동조합이 5000개를 넘어섰고 크고 작은 공동체, 커뮤니티, 동아리 등이 생겨나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해 관련 인사들은 “무한경쟁과 승자독식 체제를 바탕으로 한 기존의 시장경제나 국가 정책으로 해소되지 못하는 다양한 사회 불만들이 공동체로 분출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우후죽순 공동체가 생겨나지만 제대로 운영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서울시 협동조합 상담지원센터의 박범용 센터장은 “월평균 260개의 협동조합이 출범하고 있지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10%도 안된다”고 밝히고 “공동체에 대한 이해와 자기 필요가 분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떼돈을 벌 생각도 대기업 취업 의지도 없는 젊은이가 공동체나 협동조합 형식으로 마을 카페를 만들고자 한다. “카페는 많지만 주민들이 마음 편하게 대화 나눌 공간이 없어서”라고 하지만 이는 마을주민의 필요다. 젊은이의 필요는 경제활동 혹은 일자리다.  

 

필요가 명확하지 않으면 명분이 실천을 앞지르게 되고 공동체는 자생력도 지속성도 잃어버린다. 실체는 없고 명분과 사회적 가치만을 강조하는 공동체, 정부 자금지원금을 따라 형태를 바꾸는 ‘예산 철새’ 양산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승자독식의 무한경쟁 시대였지만 이제 더불어 잘 사는 협동사회로의 전환기다. ‘경쟁’과 ‘협동’의 치열한 경쟁시대, 아직 미흡하지만 공동체는 분명 사회적 트렌드이며 행복한 100세 시대를 위한 이정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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