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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영특한' 갤럭시 투 고

입력 2021-02-22 14:20 | 신문게재 2021-02-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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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삼성전자는 ‘갤럭시 S21’ 공개와 동시에 전국 200여개 삼성 디지털프라자에서 ‘갤럭시 투 고(To Go) 서비스’를 운영했다. 갤럭시 투 고 서비스는 갤럭시 S21을 누구나 아무 조건 없이 최대 3일 동안 무료로 대여해 사용해볼 수 있는 자율 체험 서비스다.

옛말에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속담이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상대방을 조금 건드렸다가 오히려 크게 앙갚음을 당한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적게 주고도 훨씬 더 많은 대가를 받는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긍정적 측면에서 그 의미를 적용하면 두 배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1971년 심리학자인 리건(Regan)이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긍정적 의미를 실험했다. 실험은 두 가지 조건의 상황에서 실시됐다. 먼저 연구에 참여한 두명은 같은 그림을 감상하고 평가하도록 요청받는다. 처음 그림을 감상하러 온 피실험자에게는 따뜻한 원두커피를 주면서 그림을 감상하게 했고 두 번째 피실험자에게는 아무런 호의를 베풀지 않은 채 그림을 감상하게 했다. 실험이 끝나기 전 원두커피를 준 사람이 두명의 사람에게 각각 다음과 같은 부탁을 했다. “학교에서 자선 모금을 위하여 자선티켓을 팔고 있는데 가장 많이 자선티켓을 판 사람에게 100만원의 상금을 줍니다. 자선티켓 가격이 5000원인데 몇 장 사주지 않겠습니까?” 이 실험은 제시된 두 가지 상황에 따라 피실험자가 몇장의 자선티켓을 구입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됐다. 실험결과 원두커피를 주며 작은 호의를 베풀었던 피실험자가 그렇지 않은 피실험자 보다 무려 2배나 많은 5장의 티켓을 구입했다. 상대를 빚지게 하면 더 많은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결과였다.

갤럭시 투 고 서비스는 3일 동안 무료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상대에게 심리적 빚을 지게 만드는 마케팅 전략이다. 2015년 패스트 컴퍼니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은 미국의 신생 벤처기업 ‘와비파커’(Warby Parker)였다. 애플, 구글과 같은 유수의 첨단 기업을 제치고 안경을 판매하는 회사가 1위에 올랐다. 와비파커는 이른바 ‘집에서 써보기’ 시스템으로 기존 유통의 한계를 극복했다. 와비파커는 일반 인터넷 쇼핑몰과 달리 5가지 맞춤 안경을 5일간 소비자가 직접 착용해볼 수 있도록 제품을 집으로 배송해 준다. 소비자는 집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안경을 선택하고 다시 제품들을 반송시킨다. 제품을 다시 받은 회사는 소비자가 선택한 안경에 고객의 시력과 눈동자 사이의 거리 정보를 적용하여 최종 맞춤 안경을 만들어 2주 안에 고객의 집으로 다시 배송한다. 총 3번의 배송에 소요되는 비용은 회사가 모두 부담하고 고객이 안경 1개를 맞추는 데 드는 비용은 총 95달러로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유통 시스템 덕분에 와비파커는 창업 3년만에 415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2015년에는 맞춤 안경을 25만개나 팔아 약 2375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러한 마케팅 방식을 ‘상호성의 법칙’이라 한다. 상대방을 일종의 빚진 상태로 만들어 놓아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도저히 거절할 수 없게 만든다. ‘주는 작용은 받는 반작용을 만들어 내 상대가 준 것과 똑같거나 더 이상을 베풀어 준다’는 의미다. 지난 1월 28일까지 ‘갤럭시 투 고’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은 2만5000여명으로 재고 소진으로 소비자가 줄줄이 대기 중인 상황이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을 수 있을지 눈여겨 보자.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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