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남녀 구분은 가라! ‘젠더프리’ 캐스팅 연극 ‘비클래스’, 뮤지컬 ‘해적’

경쟁을 강요당하는 현실이 마냥 어렵고 두렵기만 했던 학창시절의 고민, 18세기 해적 황금시대 보물섬을 찾아 나선 해적들의 희망과 절망 등을 얘기하는 데 남녀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그렇게 성(性)의 경계를 없애고 ‘젠더프리’(Gender-free, 성 구분이 없는) 캐스팅으로 주목받는 연극 ‘비클래스’(3월 8~6월 23일 대학로 자유소극장)와 뮤지컬 ‘해적’(3월 10~5월 19일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이 개막한다. 

연극 ‘비클래스’(사진제공=스탠바이컴퍼니)

연극 ‘비클래스’는 창작집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배우이기도 한 오인하 작·연출작으로 일본에 본사를 둔 봉선 예술학원을 배경으로 한 성장극이다.

오직 능력과 조건만으로 A·B로 클래스를 나누는 무한경쟁 시스템에 상처받은 작곡·보컬·피아노·현대무용 전공 학생들을 내세운 연극판 ‘SKY캐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초연 이래 매년 봄 무대를 꾸려온 ‘비클래스’는 현실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김택상(이이림·박현수, 이하 시즌 합류·가나다 순)과 재능이나 실력보다 조건에 좌지우지되는 학교 시스템에 온몸으로 저항하는 이수현(박은석·윤석현), 시도 때도 없는 웃음으로 곪아버린 상처를 감추는 치아키(김대현·조원석), 천재 음악가인 아버지와 천재 피아니스트 형으로 인해 강박증에 시달리는 이환(최문석·오영윤)은 학교 뿐 아니라 무한경쟁에 노출된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반영하고 있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상처받고 도망치고 자포자기하고 항거하다 좌절하는 소년들의 성장담이다. 

두 번째 시즌까지 소년들의 성장담이었던 ‘비클래스’는 김택상·이수현·치아키·이환에 해당하는 소녀들 윤태진·이윤희·카에데·김율(강연정·정다희·임유·손은호) 버전을 새로 꾸렸다. 성별이 달라짐으로서 어쩔 수 없이 수정되는 대사, 장면 등은 있지만 ‘비클래스’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메시지는 그대로 따른다.

초연부터 김택상·치아키로 분하고 있는 ‘거미여인의 키스’ ‘극적인 하룻밤’ 등의 이이림, ‘이블데드’ ‘트레이스유’ 등의 김대현을 비롯해 재연부터 합류했던 ‘오이디푸스’ ‘모범생들’ ‘드라큘라’ ‘레드북’ 등의 박은석이 김택상에서 이수현으로 역할을 바꿔 돌아온다.  

뮤지컬 ‘해적’(사진제공=MJStarfish)

창작진과 배우들이 입을 모아 “기대해 달라”는 윤태진·이윤희·카에데·김율 버전에는 ‘톡톡’ ‘미스터마우스’ ‘투모로우 모닝’ 등의 강연정,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명동로망스’ ‘레드북’ ‘데스트랩’ 등의 정다희, ‘마타하리’ ‘레베카’ ‘드림걸스’ ‘아이다’ 등의 임유가 합류했으며 ‘또 오해영’ ‘옥중화’ ‘내성적인 보스’ 등 드라마에 주로 출연했던 손은호가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해적’은 ‘사춘기’ ‘마마돈크라이’ ‘최후진술’에 이은 김운기 연출·이희준 작가·박정아 작곡가의 네 번째 의기투합작이다. 존 래컴, 앤 보니, 메리 리드 등 해적의 황금시대였던 18세기 카리브해에서 이름을 날렸던 실존인물들의 이야기에 극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해적들이 오가는 항구마을에 사는 루이스에게 해적이었던 아버지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캡틴 잭이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해적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잇고 싶은 루이스와 축복받지 못한 사생아 총잡이 앤, 거칠지만 속 깊은 선장 잭과 집안 유산싸움에 상처 받은 검투사 메리를 두 배우가 소화한다. 

루이스와 앤은 ‘호프’ ‘캣 조르바’ ‘레베카’ ‘사랑은 비를 타고’ 등의 김순택, ‘햄릿’ ‘아폴로니아’ 등의 백기범, ‘신흥무관학교’ ‘앤’ ‘전설의 리틀농구단’ 등의 임찬민이 번갈아 연기한다. 잭과 메리는 ‘베어더뮤지컬’ ‘트레이스유’ 등의 노윤, ‘리틀잭’ ‘6시 퇴근’ 등의 랑연, ‘앤’ ‘네버 더 시너’ 등의 현석준이 트리플캐스팅됐다. 이들은 성별에 상관없이 페어를 이뤄 보다 다양한 극의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