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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백악관 왕좌의 게임, 코로나19 윈터이즈커밍

[김수환의 와썹] 바이든, 코로나19 ‘암흑의 겨울’에 준비된 리더인가

입력 2020-11-09 07:00 | 신문게재 2020-11-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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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리더십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후보와 “미국 만을 위해 전력투구하겠다”는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왕좌’를 놓고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는 동안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확산하고 있었다.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다시 겨울로 바뀌면서 코로나19는 서늘해진 바람을 타고 좀비처럼 다가왔다. 세계 패권국가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끝나면 승자는 모두의 힘을 집결해 다시 한번 거대한 적(코로나19)과 일전을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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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앉아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의 모습.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2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연설에서 “트럼프가 가방을 싸서 집에 갈 시간”이라며 지지자들의 투표를 촉구했다. (AFP)

 

◇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이번 대선은 1억 6000만명에 육박하는 미국인들이 표를 행사하며 역대 최다 투표율을 기록했다. 1900년 이후 120년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현장투표와 우편투표를 합한 사전투표자수도 1억명이 넘었다.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대선 직후 미국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사상 최다가 됐다.

로이터통신,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미국 내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10만 2591명, 다음날인 5일엔 12만 1054명으로 늘었다.

이날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1187명으로 한 주전 대비 20% 늘었다. 콜로라도, 일리노이, 미네소타, 펜실베이니아, 유타, 위스콘신주 등 여러 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신기록을 깼다.

불과 10개월 만에 미국에서 960만명이 감염됐고 23만 4000명이 숨졌다. 이런 와중에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규제조치를 단행하려는 움직임과 규제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충돌하며 갈등을 빚었다. 텍사스주 앨패소카운티는 4일 시점에 최소 1041명의 코로나19 입원환자가 발생하며 신기록을 경신했다.

앨패소카운티는 “전례 없는 수준의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며 지난 주 비필수적 서비스 업종에 대해 2주간 폐쇄조치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텍사스의 그레그 애벗 주지사는 불법적으로 사업장 문을 닫게 하고 있다며 앨패소카운티를 상대로 폐쇄 명령을 중단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확산하는 코로나19는 경제와 고용에 타격을 준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동결한 후 발표한 성명에서 “진행 중인 공중 보건 위기가 경제활동과 고용, 물가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FOMC 후 기자회견에서 “최근 미국과 해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이 특히 우려된다”며 “우리 모두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에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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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엘립스 공원에 코로나19로 사망한 20여만명의 미국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빈 의자들이 놓여있다. (AFP)


◇ 유일한 희망은 백신?

코로나19를 통제하지 못하면 경제의 완전한 회복도 불가능하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백신 개발이 필수라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미 정부는 제약사 화이자를 비롯해 여러 백신 후보군의 대량생산을 위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고, 전례 없는 속도로 백신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각국의 백신 확보전도 뜨겁다. 그러나 국경을 가리지 않는 코로나19의 전염력 때문에 모든 나라가 코로나19에 안전지대가 되기 전까진 어느 나라도 안전하다고 할 수가 없다. 앞으로 있을 새로운 유행병에 대비해서라도 지속적인 연구와 기술혁신, 과학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고, 국제공조를 위한 정치적 리더십이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사망자의 폭발적인 증가에는 부실한 공중보건체계가 큰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이 제기돼 주목된다. 미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가 204개국을 대상으로 전세계 인구의 기저 건강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국제 질병 부담 연구’(The Global Burden of Disease Study)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만성질환의 세계적인 위기와 부실한 공중보건체계로 예방이 쉬운 위험요인마저 증가세를 꺾지 못하면서 코로나19와 같은 급성 응급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IHME 소장인 크리스토퍼 머레이 교수는 “위험 요인 대부분이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고, 해결하면 사회적, 경제적으로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공중보건 및 생활습관 연구에 대한 정책이나 재정지원이 미흡한 것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 질병부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장애’로, 1990년 21%에서 2019년 34%로 13%포인트 올랐다. 지난 30년간 건강손실을 증가시킨 10대 장애요인 중에서 허혈성 심장질환, 당뇨병, 뇌졸중, 만성 신장질환, 폐암, 노인성 난청 등 주로 고령층에 영향을 끼치는 장애요인이 6개나 차지했다. 이 외에 연령층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장애 원인으로는 HIV/AIDS, 근골격계질환, 요통, 우울장애 등 4가지가 꼽혔다.

머레이 교수는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에 따라 증가하는 장애와 만성질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건체계 구축을 위한 자금지원, 제도적 뒷받침,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한 국제 공조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학전문지 랜싯의 리처드 호튼 편집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수가 100만명이 넘는데 결정적 원인이 된 것은 비전염성질환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에도 각국의 건강상태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빈곤이나 주거, 교육, 인종문제처럼 건강을 좌우하는 근본적인 사회 불평등 문제도 시급한 해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화상 브리핑 청취하는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는 6일(현지시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체이스센터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번 대선의 승리 전망을 거듭 확언하면서 지금은 치유를 위해 하나가 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바이든 후보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윌밍턴 ‘퀸 시어터’에서 보건 전문가들의 코로나19에 관한 화상 브리핑을 듣고 있는 모습. (AFP=연합)

 

◇ 바이든은 암흑의 겨울에 준비된 리더인가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을 거세게 공격해왔다. 미 CBS방송 등에 따르면 바이든은 지난달 24일 최대 경합주로 떠오른 펜실베이니아주를 찾아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지키기 위해 드라이브인 방식의 유세를 진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무계획’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암흑의 겨울(dark winter)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당선시 첫 번째 과제를 ‘코로나19 통제’로 꼽았다.

춥고 건조한 겨울에 코로나19 감염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와중에 독감 유행철이 겹치면서 2가지 질병이 동시 확산하는 ‘트윈데믹’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계획적 대응은 암흑의 겨울을 오게 할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시점에 바이든의 리더십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FT는 “만일 바이든이 백악관에 입성한다면 이번 대선 표심에서 알 수 있듯이 코로나19를 억제하는 것이 그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그는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 경제는 코로나19를 제어할 국가적 전략이 있을 때까지는 완전히 회복될 수 없다”며 “바이든도 코로나19를 억제하지 않고는 경제회복이 달성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효과적인 코로나19 억제 전략과 경제의 회복 계획은 정치적으로 갈라진 양 진영 모두의 지지를 요구한다”며 바이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회생법을 위한 표를 확보하는 것을 도왔고, 2012년 말 예산위기를 막기 위한 협상을 경험하는 등 이러한 유형의 ‘거래’에 경험자라고 설명했다.

바이든의 과제는 양 극단으로 분열된 정치환경에서 초당적인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특히 의료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보험개혁법을 보호하고 발전시키겠다는 바이든의 계획은 이를 위해 중요한 단계라고 FT는 지적한다. 양극화된 미국의 정치, 경제를 복원하고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것, 그것이 바이든 집권시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미시간 개표장 밖에서 언쟁하는 트럼프-바이든 지지자
미국 대선 개표 사흘째인 지난 5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TCF센터에 마련된 개표장 밖에 몰려와 개표 결과에 항의 시위를 벌이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가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자와 언쟁을 벌이고 있다. (AP=연합)

 

위기국면에는 준비된 소방수(해결사)가 필요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복잡한 국내외 정치상황 속에서 나치 히틀러의 군화발 아래 무너져가던 연합국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 쿠바 미사일 위기로 인한 3차 핵전쟁과 인류멸망 위험을 막았던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 등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라와 민족, 인류를 구한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전 세계는 유례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 처해 있다. 인류는 분열이 아니라 연합으로, 자포자기가 아니라 위기극복으로 이끌어줄 인물을 기다린다. 30세에 최연소 연방 상원의원이 됐던 바이든은 두 번의 대권 도전에 실패하고 삼수 끝에 역대 최고령으로 백악관 입성을 바라보고 있다.

36년간 의정활동에서 초당적인 협력에 힘써왔다는 점을 평가받고 있는 그가 어쩌면 지금의 위기를 위해 준비된 사람은 아닐까. 그전에 바이든은 무더기 소송전으로 선거결과 불복에 나선 트럼프 장벽을 넘고, 트럼프를 지지한 절반가량의 유권자들 마음을 하나로 끌어 모아야만 한다. 겨울이 오고 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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