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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신년기획] '勞에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제조업이 산다

<한국경제 8대 과제> ②노사균형·노동시장 정상화

입력 2021-01-01 06:00 | 신문게재 2021-01-0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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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노조는 잔업 30분 복원과 정년 연장, 전기차 부품의 직접 생산 등을 요구하며 지난 11월 25일부터 4주간 부분 파업을 벌였다. 광주공장 1공장에서 7시에 출근한 1조 근무자들이 4시간 근무를 마치고 오전 11시 10분께 퇴근하고 있다. (연합)

 

#5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HMM(옛 현대상선). 호사다마였을까. 이내 위기가 찾아왔다. 1976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선원 파업을 예고하면서다. 그간 경영 악화에 따른 고통 분담을 해온 만큼, 회사의 성장세에 맞는 대우가 필요하다는 것. 사측은 아직 회사가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았기에 큰 폭의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HMM 관리 주체인 산업은행도 우려를 표명하며 노사에 조속한 해결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임단협을 마무리하는 여정에서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지난해 7월 22일 임단협 첫 상견례 이후 총 15일간 부분 파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2만5000대가 넘는 누적 생산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로 발생한 6만대의 생산 손실까지 합치면 숫자는 8만5000대로 불어난다. 지난해 한국지엠 전체 판매량의 20%에 달하는 물량이다.


1년 단위의 단기적 임금협상과 파업의 관례화는 한국 제조업의 성장 엔진을 멈추게 하고 있다. 십 수년째 반복되는 똑같은 흐름이다. 유럽경영대학원의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지수(GTCI)를 보면 한국은 노사 협력 분야에서 순위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17년 113위, 2018년 116위, 2019년 120위, 2020년 119위로 125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노동시장 개혁을 더 미룰 수 없는 이유다.

문제는 기업들이 노조 파업으로 인한 피해에도 사실상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계는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파업 중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사업장 점거농성 금지 등 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정부 여당이 지난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3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ILO는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을 결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3법이 정당한 노동권을 보장한다는 목적이라지만, 대립적 노사 관계가 지속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과도한 근로조건을 관철하기 위해 파업을 남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도적 대항수단이 없다 보니 기업이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게 되고, 이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10년간 쟁의 행위로 인한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를 비교한 결과, 임금근로자 1000명당 한국은 평균 41.8일로 조사됐다. 영국 19.5일, 미국 6.7일, 독일 4.3일, 일본 0.2일과 비교할 때 현격히 많은 일수다.

결국 전문가들은 노사의 협력 없이는 기업 경쟁력도, 노동자의 고용 안정도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갈등의 소지를 미리 해결하는 식으로 노사 관계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노사가 법과 원칙의 준수 외에도 권리와 의무를 약속하는 협력적 동반자로, 서로 존중하는 자율적 노사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계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위기에 대처하려면 노사 관계의 지향점을 ‘협력’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역시 노사 자율이라는 대전제 아래 정책 결정에서 균형추 역할을 추구해야 할 때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는 “쟁의 시 대체근로와 도급을 금지하는 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면서 “노사 간 무기 대등의 원칙에 입각해 대체근로 허용, 직장점거 금지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지봉철 기자 jan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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