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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인공지능(AI), 제2의 바벨탑인가

입력 2024-04-03 06:45 | 신문게재 2024-04-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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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온 땅의 언어는 하나요, 말도 하나였다. 사람들이 바벨탑을 건설하면서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이름을 내고 흩어짐을 면하고자 했더니, 여호와께서 이르되 이들의 언어가 하나이므로 하고자 하는 일을 막을 수 없으리로다.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그들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시며, 그들을 온 지면에 흩어 탑의 건설을 멈추게 하였더라.” 구약성서 창세기 바벨탑 이야기다. 골자를 추리면 신(神)이 인류의 첫 번째 도전을 언어 분화로 막았다는 정도로 해석된다.

그로부터 2400년 후, 인류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언어장벽을 넘어 또 다시 바벨탑을 쌓고 있다. 이미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실시간 통번역시대를 열었다. 영어와 한국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 거의 모든 언어가 대상이다. 인간이 ‘AI’란 기술탑으로 신(神)에 대한 두 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 로봇의 등장, 기대만큼 두려움이 큰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공지능시대를 피해갈 수는 없어 보인다. 인간은 효율이란 미명 속 편리함에 이미 취해버렸다. 대신, 확고한 윤리적 방향성이란 타이틀을 넣어 놓았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몇 년째 나쁜 인공지능의 등장을 우려하는 규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생체 정보 수집 제한이나, 개인의 특성과 행동을 데이터화해 점수를 매기는 ‘사회적 점수 평가(소셜 스코어링)’ 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고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인문학과 기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융합 과정에서 결과는 항상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또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잘못하고도 잘못된 줄 모르는 사람은 좌표설정이 잘못된 거다. 처음부터 좌표설정을 잘해야 어긋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 상 두 번째 바벨탑을 쌓아 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공지능, 과연  ‘약일까, 독일까.’ 지켜 볼 일이다.

- 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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